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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확실하게 내려가는 열과 함께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친어머니처럼 죽고 싶지는 않았다. 천천히 그때를 곱씹었다. 당신과 저는 헤어졌다, 분명히. 잘못한 쪽은 분명히 자신이었으니 여느 때와 같이 누군가를 탓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썩어서 문드러질지언정 당신에게 상처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어떻게든 의지로 지켜왔던 자신의 규칙이 이렇게도 간단하게 쓰러져버렸다.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 인제 와서 연락하기엔 당신에게 미안했다. 저를 잊었을 텐데. 아니, 미워하고 있으려나. 어느 쪽이든 달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기에 두려웠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니, 그냥 연락을 않기로 했다. 연락이 올 사람은 없고, 휴대폰에는 어떤 불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자 헤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에 더는 울 것 같지 않게 되었다. 현관문을 바라보고 섰다. 안녕. 내뱉은 말의 낯섦에 무너져버렸다.
2월이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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