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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살감기였다. 40도가 조금 넘을 정도의 열이 오른 몸을 스스로 챙기며 끊임없이 누군가가 떠올랐다.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외롭다’는 말의 의미를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는데, 더는 그렇지 않게 되어버렸다. 묵묵히 삼켜냈던 감정들이 왈칵 쏟아질까 봐 숨을 죽였다. 절벽 앞에 서서 도저히 보이지 않는 바닥을 헤아리는 사람의 마음과 같은 것이었다.

  친아버지와의 이별하고 저와 헤어져야 했던 친어머니의 감정 하나하나를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자신도 그녀처럼 미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에 휩싸였다. 실수로 다 잠그지 못한 수도꼭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님이 확실했다. 새까만 방 안에 홀로 누워 몇 번이고 친어머니의 죽음을 그렸다. 류원아, 류원아. 엄마랑 같이 좋은 곳에 갈래? 자신과 했던 약속은 죄다 잊어버리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으면서 뻔뻔하게 나온 질문이 시꺼먼 물 같았다. 몇 달 만에 저를 바라보는 여자의 흐린 두 눈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도망가버렸다. 그래도 엄만데, 쉬이 흔들려버리는 위태롭기 그지없는 자신을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돌렸다. 그때의 호흡을, 작은 운동화가 병원의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했다. 그것보다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붉은 핏방울이 웅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소리의 잔혹함이었다.

琉의 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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