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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어째서 이번 마감은 아슬아슬하게 맞췄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남자는 어째서 이렇게나 공허한 기분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남자는 어째서 닫힌 현관문을 계속 보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남자는 어째서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의 답을 사실 알고 있음에도 인정하지 못했다. 상처받기 싫은 마음이 이토록 처절하게 그림자 끝에 매달렸다. 싫잖아. 깨달으면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 인정하기 싫으면 도망가야지, 별수 있나. 비어버린 접시를 얼음 같은 물로 씻어내자 천천히 손끝이 아려왔지만 조금도 깨닫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떠오를 것 같아 황급히 손에 닿는 책을 펴들었다. 내용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닥에 누워버리자 푸석한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기침을 뱉어내는 행위와 의미 없는 맛을 내는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만 되풀이되었다. 추위에 조금씩 떨리는 몸에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 올해 겨울이 유난히 춥다는 사실과 곧 심한 감기를 앓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두 가지 사실 모두 진실이었다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에 확인할 수 있었다.

琉의 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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