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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시간에서 함께했던 당신, 평행선의 너머에서 자신을 수없이 무너뜨린 당신, 현재 모든 사람이 돌아가 버리고 단둘만 남아버린 이곳에 함께 있는 당신, 지금부터 할 말의 대답으로 자신을 망가뜨릴 미래의 당신. 이건 전부 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마른기침이었다. 난초야. 지금부터 할 말이 당신에게 기쁨이 될지, 상처가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본심을 표현하는 데 서툰 남자가 몇 날 밤 동안, 수없이 써낸 어떤 문장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했다.

  남자는 과거의 당신에 대해 미련을 가진 것이 아니다. 처음은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는 확실히 그렇지 않았다. 변함없이 몸이 안 좋다고 핀잔주며 담요를 가져다주고, 담배를 무는 제 모습에 변함없이 화를 내고, 어른이 돼버렸다고저를 동경하고, 작은 표현에도 좋다고 대답하고, 변함없이 저를 보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당신이 좋았다. 저를 보호하기 위해 도망쳤던 길이였던 동시에 당신을 힘들게 했던 길임을 몰랐다는 자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당신을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이 그때와 같지 않은데 우습게 가장 무거운 감정, 단 하나만이 바뀌지 못하고 남자의 뒤를 밟고 있었다. 마주 서 있는 두 사람 사이에는 한여름 밤의 달빛만이 온 힘을 다해 쏟아지고 있었다.

琉의 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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