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당황하지 않았다. 할 말을 찾지 못한 것도 아니다. 느리게 손을 움직여 당신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한없이 바라봤다. 침묵을 깨고 싶지 않았다. 1년만 더 참지 그랬어요, 하는 핀잔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받는 고백이었다. 처음 꺼내는 답이었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감정은 상상 이상으로 오래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답은 당신이 고백하기 훨씬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평생 숨겨두려 했는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 잠깐만 놓아줘. 나도 할 말이 있어. 가방에서 베이지색 종이를 꺼내 보였다. 작가들은 초고 보여주는 걸 제일 싫어한다던데, 특별히 보여주는 거야. 당신의 손에 쥐여주고 다시 손을 뻗어 그 품에 파묻었다. 아, 이 온기가 이제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 당신의 작은 숨결 하나도, 들리는 심장의 소리도 이제 아이만의 것이다. 등에 손을 올려 더 꼭 끌어안았다. 맞닿은 살의 온기가, 향이 그저 달콤했다.

月寒江淸 : 달빛은 차고 강물은 맑고 조용히 흐른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