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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멎을 것 같을 정도로 붉은색의 하늘. 음악실. 빈 공기의 사이를 메우는 슬플 정도로 아름다운 피아노의 소리. 당신. 나.
저를 보는 당신의 눈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쉽게 눈치챘다. 무슨 일 있냐고 물으며 다가서려는데 당신의 입이 떨어졌다. 분명히 어제만큼 추운 날씨지만, 더 듣고 싶지 않았다. 밤하늘 속에 언제나 외로웠던 아이는 쉬이 직감했다. 당신은 저와 영원히 이별할 생각이었다. 안돼, 안돼 선생님. 외쳤지만 입술은 꾹 물고 있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아직 듣고 싶은 것도 이렇게 많은데. 당신이 말을 하고 있음에도 음악실의 문을 넘어 성큼성큼 당신에게 다가섰다. 아무 말 못 하는 당신의 바로 앞에 아이가 섰다.
갑자기 저를 끌어당기는 손에 동그란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몇 번이나 안겼던 당신의 품에 아이의 작은 몸이 쉬이 안겼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당신의 온기가 슬퍼서,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쓸어냈다. 왜 그래요, 조용히 묻자 들리는 대답에 손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숨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쏟아지는 당신의 말이 물과 같았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하나의 강을 이뤘다. 묵묵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봤다. 끼얹어지는 당신의 고백을 오롯이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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