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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당신이 프린트한 종이들을 전부 떨어뜨렸던 날, 검은 글씨들을 조금 봐버렸다. 익숙하지만 세월이 흘러 좀 더 단단해진 문장이 되어있었다-라고 무심코 생각해버렸다. 헤어진 후,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이 그때의 책을 다시 꺼내봤다. 글자와 글자 사이에서 익숙한 향이 났다. 설마 하는 생각에 당신의 블로그를 찾아냈다. 책의 하얀 종이 위에 얼굴을 파묻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깊은 한숨을 내어 쉬었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당신의 비밀을 멋대로 알아버려 미안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슬퍼졌다. 그런 웃음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이 어째서 이런 글을 쓸 줄 아는 것인지 아이로썬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과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닌 게 아닐까. 괜히 우울해지는 밤이었다.

月寒江淸 : 달빛은 차고 강물은 맑고 조용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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