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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남자의 최종 목표는 아이였다. 더 온전하고 완벽한 상태로 죽이기 위해 연습해 온 것임을 어째서 눈치채지 못한 것인가. 날카로운 은색의 날붙이 앞에서 뒤늦게 회계해봤자 신은 그저 온화한 웃음을 얼굴에 담기만 했다. 그 웃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화를 내도 웃기만 했다. 전부 싫어졌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직감한 몸은 없던 힘까지 만들어 내어 제 위에 올라탄 남자를 밀어버리고 신발도 신지 않고 냅다 도망쳤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목구멍에서 피 맛이 맴돌 때 즈음, 가쁜 숨을 내어 쉬며 뒤를 돌아봤다. 누구도 따라오지 않았다. 대신 입고 있는 학교의 교복과 외투 하나, 그리고 책가방이 소지품 전부였다.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기에 발바닥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갈 곳이 없는 아이는 터덜터덜,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겨울 방학식이 끝난 뒤의 일이었다.

月寒江淸 : 달빛은 차고 강물은 맑고 조용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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