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노을의 한 가운데에 엎드려 조용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잠을 잔 것은 아니다. 시간을 잊은 것도 아니다. 그저 멍하니 그곳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얇은 머리카락이 노을을 담뿍 머금은 바람에 쉬이 흔들렸다. 깊이를 몰라 고요해 보이는 검은 두 눈 안에는 온갖 고민이 그 속을 긁어내고 있었다. 숨을 쉬기 곤란했기에 되레 숨을 참아버렸다. 이대로 죽기를 바랐다.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