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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돌아봐 버렸다. 당신에게서 나는 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시작은 오로지 ‘순수한 호기심’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스칠 때마다 엷게 감도는 향의 이름은 의외로 금방 알 수 있었다. 노력을 기울여서 찾은 적은 없었다. 다만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기엔 성적이 우수해 이름이 자주 거론되었고,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으니. 그렇구나, 흘리면서 사실은 담아뒀던 모양이다. 당신과 처음 대화를 할 때 서슴없이 이름을 떠올린 것을 보면. 그것을 깨달은 것은 시간이 꽤 지난 뒤였다. 우스웠다.
우연히 밤에 만나버린 적도 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일찍 학교에 갔다 만난 동백꽃 앞에서 만난 적도 있다. 잠에 취해 비틀거리다 실수로 유리 조각을 밟아버린 날에도 만났다. 당신은 학교에서 나를 볼 때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장난을 쳤고,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터뜨릴 듯한 손으로 꽉 움켜쥔 채로 당신을 말렸다. 동시에 그 이유를 헤아리느라 바빴다.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다닌다는 이유로 한숨을 쉬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대로 얼어 죽어버려도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텐데. 당신이 줬던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핫팩을 손에 쥔 채로 꼴사납게 훌쩍거려버린 그 날에도 나는 당신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유치한 연애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코끝에 남아 맴도는 푸른 수국의 향이 막연히 싫었다.
Mash Marigold : 이별의 슬픔, 반드시 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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