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행복한 시간은 슬프게도 좀처럼 손에 닿지 않았다.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손끝에 닿을 것 같으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나의 생은 항상 그래왔다. 이곳, 히로네에 처음 왔을 때도 결심했다. 절대 다시는 행복을 탐하지 않겠다고. 그 사람의 거짓말도, 웃음도, 울음도, 피가 담은 온기도 전부 흘려보내고 그리워하지 않겠노라 몇 번이고 손바닥에 적어댔다. 그렇게 하면 이뤄질 것만 같았기에. 진심으로 그것을 바랐기에. 동시에 이름을 바닷물에 퐁당, 떨어뜨려 깊은 곳에 가라앉혀 버렸다. 그 사람만 알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공상에 매달렸다.

 

  숨을 길게 뱉었다. 눈에 박히는 이국의 밤하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만약, 그 말이 진짜라면 그 사람은 계속 저곳에서 나를 보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어져 숨을 크게 들이마셨으나 결국 하지 못했다. 그때 눈치챘다. 하얀 감옥에서 그 사람이 꺼내준 것은 육신뿐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떠오른 그 사람의 얼굴에 숨을 죽였다. 가슴이 깊게 찔리는 고통을 숨을 목구멍 안으로 쑤셔 넣었다.

 

  가만히 서 있었더니 검은 물의 파도가 온몸에 끼얹어졌다. 존재하는 빛은 차가운 북극성밖에 없는 이곳에서, 홀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숨이 막히는 감각도, 생명의 온기가 꺼지는 감각도 그 사람이 걸었던 것이라 생각하면 전혀 두려워지지 않았다. 그저 이 고통의 끝에 그 사람이 서 있기를 끊임없이 바랐다. 행복했던 과거를 끊임없이 되뇌며, 그때의 행복을 현재의 감정에 어설프게 접붙여두고 혼자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봐야 소용없음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면서.

Mash Marigold : 이별의 슬픔, 반드시 올 행복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