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얼음 조각이 된 물과 같은 손가락의 끝이 아려왔다. 둔해진 감각을 돌리기 위해 손을 가볍게 쥐었다가 펴보지만 좀처럼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보다 더한 추위도 혼자 버텨왔기에 괜찮다는 위안을 몇 번이나 덧칠했는지. 차가운 바람에 은빛의 짧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처음 봤을 땐 어색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제법 눈에 익어버렸다. 고민하는 것은 몇 광년의 시간을 소모했지만, 과거의 허물을 벗는 것은 눈을 감았다 뜨는 그 짧은 순간이면 완벽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교복의 자락을 손으로 꼭 쥐었다.

  아마 인상의 문제겠지. 좀처럼 친한 사람이 잘 생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매튜는 명쾌하게 답했다. 그 말을 쉽사리 부정할 수 없었다. 거울을 보고 몇 번이나 웃으려 했지만 결국 잘되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어색했고 비참해져 갔다.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국 포기해버렸다. 자신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시야에 박혀오는 자신에 관련된 모든 것이 미치도록 미워, 당장에라도 거울을 부숴버리고 그 파편에 파묻혀버리길 기도할 것만 같았다. 기도의 끝이 누구에게 향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신을 미워하는 신자가 올리는 기도의 색에 짓눌릴 것 같았다.

Mash Marigold : 이별의 슬픔, 반드시 올 행복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