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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술을 꾹 물었다가 겨우 목소리를 꺼내었다. 미묘. 미묘 선배. 이름을 말하는 목소리는 가느다란 실 같아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 당신을 차마 보지 못하는 에메랄드빛의 두 눈이 잠시 꾹 감겼다가 띄워졌다. 그 끝에는 확실히 당신이 있었다. 이렇게나 수많은 날을 거쳐 가며 당신을 미워했다. 이렇게나 수많은 날 동안 절박하게 매달렸다. 이렇게나 혼자임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펐다. 차라리 당신이 화를 냈으면 하는데. 이 감정을 전부 투박하게 묶어내어 ‘매료’라 부를 수 있을까. 나는 당신에게 매료되어버린 것일까.

 

  “저, 사실 이름이 있어요. ‘아킬리즈’는 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붙였던 애칭이에요.”

 

  겨우 꺼낸 목소리가 흉하게 떨렸다. 얼굴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자 당신을 차마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른침을 삼키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른 채 숨을 내쉬었다. 이런 순간마저 울고 싶지 않았다. 연기 같은 당신의 모습이 그 사람과 같이 금방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손을 뻗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멋대로 가지 말아줘. 더는 나를 어둠 속에 혼자 두지 말아줘. 상처가 가득한 양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이 이름은 미묘 선배만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당신은 내게 특별하니까. 당신을 좋아하니까. 당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니까.

Mash Marigold : 이별의 슬픔, 반드시 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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